정상의 퇴장, 전설의 완성 – 김연경, 마지막 별을 달다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는 단순한 은퇴 경기가 아니라, 그녀의 선수 인생 전체를 집약한 ‘완벽한 피날레’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연경이 한국 여자배구에 끼친 영향, 그녀의 경력, 그리고 2024~2025 시즌의 맥락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배구 여제’로,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특히 터키,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고, 한국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수차례 올림픽과 아시아대회 등에서 팀을 이끌었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며 국민적인 감동을 준 주역이기도 하다.

그런 김연경이 다시 V리그로 복귀한 건 2020년. 흥국생명에서 뛰며 국내 팬들과 다시 만난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번의 도전을 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국내 무대에서의 ‘마지막 우승’이 너무나 간절한 목표였다. 그리고 2024~2025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정관장과의 챔피언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5전 3승제에서 2승 2패로 맞선 5차전, 김연경은 최다 득점(34점)과 함께 블로킹 7개, 결정적인 디그로 승부처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 수비로 연결한 플레이는 단순히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닌 ‘정신력의 승리’였다.

그녀의 마지막 경기는 우승과 동시에 만장일치 MVP 수상이라는 기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V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드문 일이며, 은퇴 경기에서 통합 우승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김연경은 “드라마나 영화도 이런 시나리오는 못 쓴다”며 자신도 감격스러워했고, “정상에서 떠나고 싶었다”는 은퇴 선언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최고의 모습으로 코트를 떠났다.

이 경기는 단지 한 스타의 은퇴가 아니라, 스포츠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었다. 고된 부상과 체력의 한계, 승부의 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도전하며 마지막에 웃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김연경은 “다시 태어나도 배구 선수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배구 인생의 고단함을 토로했지만, 그 말 속엔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 있었다.

그녀는 단지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끝까지 잘 한 선수’로 남았다. 은퇴를 앞두고도 “왜 은퇴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한 채 떠난 그녀는, 후배 선수들에게 큰 본보기가 될 것이다. 김연경의 이 마지막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모든 이에게 도전과 열정,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이야기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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